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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고속도, 안전시스템 과감히 도입해야

이선하 대한교통학회장


작년 9월 대한교통학회는 창립 40주년을 맞아 ‘한국 교통 10선’에 경부고속도로를 선정한 바 있다. 50년이 넘게 우리나라 국토의 대동맥으로서 경제발전을 이끌어 온 경부고속도로는 경인고속도로와 함께 만성적인 교통난을 해소하고 국토의 입체적 활용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지하화’라는 큰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파리와 마드리드의 순환도로, 보스턴 관통 도로의 지하화 사업은 교통정체 완화는 물론이고 경관 개선과 상권 활성화 등 도심 활력 제고에 큰 역할을 한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포화 상태인 도로를 지하로 확장하면, 확보되는 상부 여유 공간의 일부를 공원화함으로써 도시의 미관을 개선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상업, 문화, 업무시설이 함께 있는 복합개발 용지를 확보할 수도 있고, 급행버스 체계 차로를 운영할 수 있는 여유도 가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고속도로는 미래성장 거점과 국민의 휴식 공간으로 변신하면서 수도권 2, 3기 신도시의 교통 문제도 해결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해법이 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고속도로 지하화를 위한 몇 가지 제안을 한다. 첫째, 지하화로 얻어지는 다양한 편익이 반영되도록 투자평가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 현재의 교통시설 투자평가는 지하화로 인한 소음 감소, 대기오염 피해 저감, 단절된 생활권 복원 등의 파급 효과를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 사람과 물자의 유입이 원활하게 이동되는 시스템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편익이 균등하게 분배되도록 국토교통부가 전반적인 조정을 담당해야 한다.

둘째, 안전을 위한 교통관리와 재난 대응이 우선 고려돼야 한다. 지하 40m보다 더 깊은 곳에 구축되는 지하도로는 화재나 수해에 취약할 수 있다. 안전을 위해 과감하고 선제적인 첨단 방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재난 발생 시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상과 지하 도로를 통합 운영하는 관리 체계도 필요하다. 운영관리 주체가 다를 경우 대형 사고 발생 시 대응이 더딜 수밖에 없다.

최근 발생한 도로 살얼음으로 인한 다중 추돌, 방음터널 화재 등의 사례를 볼 때 일원화된 운영관리 체계, 사고 예방을 위한 유지관리, 신속한 재난 대응 체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하 고속도로가 국가 간선도로망 차원에서 안전하게 건설되고 관리되도록 하는 공공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셋째, 상부 활용과 다양한 모빌리티 수단과의 연계 방안이 함께 고민돼야 한다. 수도권 광역교통망 계획과 도로 상부 공간의 입체적 활용 계획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도시와 교통이 어울리는 균형 개발 계획이 필요하다. 도시 계획 및 도로 구역과 관련한 법적·제도적 규제를 정비하고 지하 고속도로를 중심으로 자율주행차, 물류 모빌리티 등이 복합 운영되도록 한다면 지하 고속도로가 모빌리티 혁신 플랫폼이 될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세계 모빌리티 시장을 선도하는 K모빌리티 국가로서 앞서 나갈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이선하 대한교통학회장

 

지하 고속도, 안전시스템 과감히 도입해야 [기고/이선하] (naver.com)